▲‘뺑파전’ 연습현장
지난달 29일 오후 9시35분, 한림읍에 있는 한 체육관. 문을 여니, 한림읍 주부들의 마당극 ‘뺑파전’ 연습이 한창이다. 체육관을 무대로 해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는 모습이 여느 극단 못지않다.

심봉사:(심봉사 좋아라고) 그려 우리 마누라가 열녀여 열녀…. 이렇게 재미 있게 살다가 내가 멀리 도망가버리면 자넨 어쩔란가.
뺑파:(아양 떨며) 아이고 여보 영감, 나도 개나리 봇짐 하나 해서 짊어지고 뺑뺑 빼빼 뺑뺑 돌아다니며 찾지라우.

전문 배우처럼 ‘착착’ 달라붙는 맛은 없지만, ‘졸졸졸’ 외운 대사와 열정적인 몸짓이 실실 웃게 했다. 연습을 지켜보던 연출가 김혜정씨가 뺑덕네를 향해 소리친다.
“뺑덕네, ‘아이고 여보 영감’하면 지루하게 들려요. 그러니 ‘아이고’는 빼고요. 그리고 ‘뺑뺑 빼빼 뺑뺑’ 대사를 할 땐 몸도 같이 움직여주세요. 갖은 애교 부리면서.”

이럭저럭 1시간15분이 흘렀고, 뺑파와 그의 연인 황봉사가 심봉사의 돈을 갖고 줄행랑 치는 것으로 연습은 끝났다.

▲연습 후 아줌마들의 ‘수다’
연습 때의 열기는 평가시간에도 뜨거웠다. 김영란씨(심봉사역.38.논술강사)와 백금아씨(뺑덕네역.38.옷가게 운영), 김순희씨(황봉사역.40.주부)에게 소감을 물었다.
순희=재미있겠다 싶어 ‘뺑파전’을 골랐어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어요. 지난해 첫 번째 작품(‘이 세계 절반은 나’)은 힘들었거든요.
금아=하고 싶었던 역할인데, 대사하고 행동이 잘 맞아떨어지 않아요. 과거에 본 ‘뺑파전’의 배우가 생각나 자꾸 행동이 앞서요. 겁도 나고요.
순희=난 안 그런데.(일동 웃음) 우린 열정 하나로 버텨요.
영란=두 번째 연극 공연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껴요. 원래 지난해 무대에 섰던 배우 빼고 배우 공모를 했는데, 신청자가 없어서 지난해 멤버들이 다시 서게 됐어요.
금아=남편이랑 부모님이 올해 격려해주네요. 작년엔 무슨 연극이냐 하더니.
영란=제 남편은 왜 연습 안 하냐고 걱정해줘요. ‘연극 아무나 할 수 없주게’하고 말해줄 땐 은근히 자부심도 느껴요.
순희=그게 우리 삶의 원동력 아닌가.
혜정=초등학생처럼 알려고 하는 눈동자가 빛나요. 그래서 연기지도한 보람도 커요.
금아=대사 달달 외는 데 열중했는데, 이젠 대사 분석하고 연습해요. 가끔 지도선생님과 해석이 다를 때도 있지만, 연기는 한결 나아졌어요.
연습한 것을 놓고 평가하다 보니 30분이 후딱 지났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파이팅’을 외쳤더니, 세 아줌마의 소리가 더 우렁찼다.

▲뺑파전 공연은
한림지역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회장 김순희.이하 한림문화모임)의 두 번째 연극작품이다. 오는 23일 오후 6시, 24일 오후 3.6시 한림농협 예식장. 오후 3시 공연 때는 동네 어르신을 모시고 경로잔치도 벌인다. 한림문화모임은 지난해 2월 결성된 주부모임. 20~50대 주부 26명이 회원이며 연극 외에도 동화책 공연, 독서모임 등을 통해 지역문화의 텃밭을 일구고 있다.

문의 016-624-4409.

제주일보 발췌